예전에 아프리카 골프장에 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골프장 연못을 맨 몸으로 훑으며 골프공을 줍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2024.01.26 - [사진과 생각] - 생존을 위해 맨몸으로 골프장 연못을 훑다.
그중 앙골라(Angola)에 있는 골프장에는 악어가 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계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존엄하다 어쩐다 하는데, 그 존엄함을 제대로 누리고 사는 인간다운 인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앙골라에 있는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전 그 골프장 직원 중 한 명이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것입니다. 골프공을 줍기 위해 연못에 들어갔는데 익사했다 합니다. 시신을 발견하고 보니 단순 익사가 아니라, 악어의 공격을 받아 죽은 것 같다 합니다. 시신 여기저기에 악어가 물어뜯은 흔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길 바라며, "그때 만났던 그 친구는 아니지?" 하고 물어보니 맞을 거라 합니다. 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스쳐가는 인연이었지만,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며 먹고살려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주었던 친구였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먹고살기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고, 그러다 죽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우리의 인생....
가스폭발 등 사고위험이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지고 자살하는 노동자들, 굶주림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죽어 가는 빈민들 등. 이들을 구하기 위해 위대하다는 성인과 지도자들이 많이도 등장했지만 크게 나아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계속해서 끊어져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목숨 걸고 일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먹고 살 건 다 타고 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식의 미래를 확실히 책임져 줄 수 없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장려금 지급 등의 궁여지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흥부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놀부만 자식을 낳는다면 다 부자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