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하고 공감능력도 없어 보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요르단에게 참패를 당한 후, 어찌어찌하여 요르단의 고대 도시 페트라(Petra)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진 중 제 마음을 울린 사진은 이거였습니다. 아무런 활기 없이 짐을 기다리는 녀석들, 저 어린 녀석 의 표정도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저는 당나귀를 볼 때마다 안쓰럽습니다. 당나귀는 늘 힘들고 지쳐 보입니다. 슈렉에 나오는 까불이 동키는 그저 만화 속에나 존재합니다.
말에 비해 작고 한참 느린 녀석이 짐은 한가득 지고 다닙니다. 곧 쓰러져 죽을 만큼 짊어진 상태로 먼 길을 갑니다. 그런데 주인이란 놈은 매정합니다. 멀쩡하게 가는데도 연신 채찍을 휘갈깁니다.
실제 때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살벌합니다. 엄청 아파 보입니다. 그렇지만 당나귀는 저항도 못합니다. 저항하며 울부짖느라 그랬는지 이젠 목소리가 다 쉬었습니다. 그저 쉰 목소리만 낼 뿐입니다. 화가 난 저는 주인 녀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순박하고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 세상의 부조리와 억압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 늘 피곤하게 일만 해야 하는 모습, 누구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의외로 말보다 더 똑똑하며,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다 합니다. 주인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할 때, 말은 함께 뛰어내리지만, 당나귀는 위험을 알아채고는 명령을 거부한다 합니다.
포식자에게 잡혔을 때는 멍청한 듯 온순하게 행동하며 상대를 방심하게 한 후, 갑자기 공격하여 물어 죽이기도 한답니다. 고집도 엄청 센데,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건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합니다.
늘 힘들게 보였던 당나귀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하니, 마음이 좀 가볍습니다.
당나귀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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