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저는 출근 시 앉아 가기 위한 좌석 경쟁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7시 15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면 50분 거리를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앉더라도 계속 앉아 가는 게 미안해서 중간쯤 일어나는 편입니다. 앉는 거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와 호기심과 오기가 생겨서 좌석경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일찍 나간다고 나가는데, 매번 뒷줄에 서게 되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1분씩이라도 일찍 나가 봤습니다. 그렇지만 저보다 먼저 온 사람들을 제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몇 시에 나오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오기심도 생겨서 매일 뛰어다녔습니다^^
저보다 늘 앞에 서시는 분들은 7시 15분 전철을 타기 위해 20분 전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이 분들과 경쟁하다 보니, 늘 바쁘고, 쫓기는 모습입니다.
또 못 볼 걸 보게 되기도 합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기도 전에 침입하려고 새치기하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때론 실랑이도 해야 하고요.
사실 앉는다고 꼭 편한 것도 아닙니다. 좁은 자리에 앉으면 옆 사람과 어깨 싸움 등 신경전을 펼쳐야 하고, 허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조는 사람 머리를 받아 주어야 할 때도 있고요.
"지하철 = 무조건 앉아서 가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봅시다.
가뜩이나 과잉경쟁에 시달리는데 아침 출근부터 경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서서 간다 생각하면 한결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서서 가면 스트레칭도 하고 까치발도 디뎌 보고 괜찮습니다.
그럼, 대체 우리는 왜 이리 앉아 가려고 경쟁하는 걸까요? 원래 우리 몸이 편함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보니 그럴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군가가 우리를 이렇게 몰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부와 명예 등의 가치에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고 경쟁하게 만드는 식이죠. 그래야 사람들을 쉽게 동원하고 통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경쟁에 내몰리는 사람들 중 성취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물론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측면도 있고, 이러한 경쟁이 오늘의 풍요를 만드는 데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성사회가 만들어 놓은 과잉경쟁 대신 나의 기질과 템포에 맞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이 경쟁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경쟁해야 할 대상인지 한 번쯤은 따져보고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다들 달려드는 게 분명 여러모로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도 그냥 달려들기보다는 거꾸로 생각해 보고, 의문을 품고 하면서 결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싸움판과 구호에 휘말리지 말고, 나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고 찾아갑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선승구전(先勝求戰)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먼저 이겨 놓고 전쟁에 임하는 것, 즉 내가 이길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경쟁하면, 더 쉽게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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