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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생각

앉아 가는 데 급급한 전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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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요, 지하철을 타면서 3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지하철=앉아가기"라는 생각을 버릴 것
2. 휴대폰 사용 최소화
3. 앉았을 때 자리 독점하지 말고 양보하기

이 원칙을 따라 해 보니, 마음이 편합니다. 자리에 앉기 위해 다투지 않아도 되고, 앉아 가는 경우에는 중간에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면서 즐겁기도 합니다. 돈은 베풀지 못해도 이런 봉사는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앉아 가는 것도 상황 분석과 전략, 소위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지하철에 타면 우리는 우선 앉은 사람들 얼굴을 좌악 스캔할 겁니다. 누가 일찍 내릴 관상인지를 살펴보는 거죠.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 앞에 설 겁니다. 이때가 중요한 순간인데요, 다들 대개 감으로 판단할 겁니다.

오늘은 좀  앉아 갈까 하여, 앉아 있는 사람들의 관상과 함께 그들의 연령, 복장 등을 훑어보았고,  최종적으로 여학생들 앞에 섰습니다. 저는 몇 정거장만 가면 여자 고등학교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뒤편에 있는 젊은이는 내내 휴대폰만 쳐다보면서 들어오더니, 대강 비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ㅇㅇ역에 도착하면서 자리가 났고, 하나 둘 앉기 시작했는데, 이 젊은이만 앉지 못하고 허둥지둥, 전후좌우 돌아보며 빈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앉고 싶어 하는 애절한 표정으로 빈자리를 찾는, 그 모양 빠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남들 다 앉고 그 친구 혼자만 남았습니다.  

나 홀로 서다?

 
'자식, 앉고 싶으면 미리 머리 좀 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여자 고등학교가 있다는 정보를 파악해 두든가, '여고생들은 멀리 가지 않을 것이다' 등의 전략적 사고, 즉 잔머리를 굴리든가 했어야 했는데.....잔머리를 굴린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앉을 확률을 높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런 식의 장면은 비단 전철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대강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공부 등등 남들 다 할 때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근데 이것저것 따지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려면 머리 복잡하고, 피곤합니다. 사실, 앉아 가지 않고 그냥 서서 가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꼭 앉아 가야 하는 건 아닌데 다들 그래야 하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가 우리를 자꾸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닌지.

좀 더 생각해 보면, "어떻게 가느냐"보다 "제대로 된 곳으로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머리를 굴려서 앉아 간들 잘못된 목적지에 다다르면 낭패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있으면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과감하게 내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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