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요, 지하철에서 우리의 인생을 봅니다.
지하철을 탈 때, 우리는 편히 앉아가려는 욕망을 품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와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좌석은 제한되어 있으니, 앉아 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일찍 나와 줄을 서거나, 일찍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거나 해야 합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으니까요.
어떤 때는 욕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새치기도 하고 싶고, 내리는 사람이 하차하기도 전에 뛰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앉은 사람이 빨리 내리길 기도하거나, 저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선량한 소시민들인지라 함부로 룰을 어기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웬만해서는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번 앉은 사람은 끝까지 앉아 가려하고, 내리면서는 친구 등에게 자리를 물려주기도 하니까요.
자리를 물려받았거나, 재수로 앉게 된 사람 이외의 흙수저는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보는 등 더 많은 노력을 하면서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도 가도 앞에 앉은 사람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좌절과 고통이 밀려옵니다.
'다른 데로 옮겨 볼까? 내가 뭘 더 해야 하지? 나는 앉을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을 보며, 비교를 합니다. 나와 같이 서 있던 옆사람은 어느새 앉았습니다. 나보다 늦게 탔던 친구인데 말이죠. 어떤 친구는 타자마자 자리가 나면서 앉게 되는 행운을 누립니다.
인생은 운빨, 줄서기라더니 저는 줄을 잘못 섰나 봅니다. 나름 노력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건데, 아무 생각 없이 이 자리에 선 게 아니라 누가 먼저 내릴 사람인지 관상 등을 살피며 이 자리에 선 건데, 왜 나는 앉지 못하는 건가?
저 친구들은 아무런 준비나 노력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나보다 먼저 앉으니 기운이 빠집니다.
부럽기도 하고, 화도 좀 납니다.
자기 앞자리가 아닌데도 안면몰수하고 앉는 사람도 보입니다. 저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편안하게 앉아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립니다.
공허한 마음에 비로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봅니다. 저 건너편, 좌석이 아예 없는 구역에 서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집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앉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복장에, 이어폰을 낀 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데, 저에게도 행운이 찾아옵니다. 앞에 앉은 사람이 내립니다. 그런데 전철이 서고 문이 열리니까 그제야 일어납니다. 끝까지 우려먹는 모습입니다. 한마디 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앉아 가야 속이 후련했냐?"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중간에 일어나서 양보해야지 하는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앉아 가는 안락함은 갈수록 커지고, 양보하고자 하는 마음은 갈수록 약해집니다. 저도 끝까지 앉아 가고 싶어 집니다....
어느덧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에 어떤 마음을 두고 내렸는지, 이제 곧 심판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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