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중학생인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 꽤 지났는데, 오질 않더군요. 전화를 하려던 순간, 전화 벨 소리가 울리는데,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ㅇㅇ학생 아버님이시죠?"
"네"
"잠깐 ㅇㅇ중학교 정문으로 나오셔야겠습니다"
나가 보니, 시커먼 가죽 옷에 장신구를 매단 바이크족들이 아이와 함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들어 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중, 길가에 세워 둔 오토바이를 넘어뜨렸다 합니다.
한눈을 팔았든지, 어두워서 도로변에 주차해 둔 오토바이를 못 보았든지, 여하튼 그렇게 오토바이가 넘어졌고, 연료통 부근에 흠집이 생겼습니다.
수리비가 500만 원은 나올 거라네요. 외제 오토바이라 외제차처럼 부품가격 등이 비싸다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속은 쓰리지만, 쿨하게 해결했습니다.
아이에게 가서 다친 데 없는지 살펴보았고, 앞으로는 앞을 잘 보며 자전거를 타라고 일렀습니다.
며칠 후 오토바이 주인이 전화해서 수리비를 최대한 낮추었다 합니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었는데, 모든 부모들이 애를 혼내고, 심지어 따귀를 때리기도 했는데, 저는 전혀 그러지 않아 여기저기 알아봐서 수리비를 싸게 했답니다.
차분하게 대응하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아이가 실수로 물을 엎질렀을 때, 혼내기보다는 우선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데, 실수에 대해 체벌부터 한다면 아이는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타인의 실수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고, 차분하게 대응해 봅시다. 나에게는 좀 더 엄격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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