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전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지하철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글을 자주 쓰게 됩니다. 오늘은 "양보는 못해도 남의 것을 빼앗지는 말자, 속 좁게 살지 말자"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고자 합니다.
저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전철역이 있습니다. 열차 중에 아침 7시 14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는데, 이 열차의 기점이 바로 이 역입니다. 그래서 좀 일찍 역에 도착하면 앉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일찍 도착해야 할까요?
한 5분쯤 일찍 도착하면 될까요? 그렇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오...승강장이 휑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뭐지?, 너무 일찍 왔나?'
아닙니다. 이미 다들 자리에 앉아 있네요.
도대체 얼마나 일찍 나와야 하는 걸까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 보니, 열차 출발 10분 전쯤, 안전하게는 14분 전쯤 도착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이른 것 같아, 저는 이 자리 경쟁에서 이탈할까 고민 중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목숨을 거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이런저런 신경전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오늘은 젊은 남자와 중년 아저씨 간의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열차가 도착하고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뛰어 듭니다. 그런데 먼저 도착하여 앞 줄에 서 있었던 젊은 친구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뒷줄에 서 있었던 아저씨가 잽싸게 뛰어오더니 냉큼 앉아 버립니다. 어이없는 장면입니다. 젊은 친구가 방심하긴 했지만, 그 자리는 누가 봐도 젊은 친구 자리인데...
순간, 젊은 친구의 눈에서 광선이 발사됩니다. 아저씨도 째려 봅니다. 일촉즉발의 살벌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저는 지켜봅니다. 다행히 젊은이가 그냥 지나갑니다. 그 아저씨는 뭐가 분한지 계속해서 째려봅니다. 적반하장입니다. 모양 빠지게 젊은이의 자리를 차지해 놓고는 째려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남의 자리를 빼앗아야만 속이 후련했냐?
나이가 들면 혈관만 좁아지는 게 아니라 속도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양보하고 남의 말에 수긍해야 하는데, 과도한 호승심(好勝心)을 버리지 못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따져 대고, 지면 버럭 화를 내거나 삐지는 식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가는 듯 하여 걱정입니다. 오래 사는 걸 넘어, 건강하게 오래, 건강하게 오래를 넘어 어른답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데...
'사진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의 양을 죽이기^^ (0) | 2024.06.11 |
---|---|
1cm도 움직이지 못하는, 변하지 못하는 사람들 (4) | 2024.06.08 |
코끼리 산에서 느낀 "인생과 축적" (0) | 2024.05.20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나? (0) | 2024.05.08 |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0) | 2024.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