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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생각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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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느끼는 인생 시리즈, 오늘도 전철을 타면서 느낀 인생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앉아 가기 위해 새치기하고, 전철 문이 열리면 인정사정 볼 거 없이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싫어 저는 자리 경쟁을 포기했고, 오늘도 남들보다 늦게 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줄이 길군요. 저는 맨 앞에서 다섯 번째입니다. 좌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이윽고 전철 문이 열리고 승차하려는데 제 줄이 아닌 바로 옆 줄에 있던 아저씨가 제 쪽으로 가로질러 오는 겁니다. 아마 제 쪽에 비어 있는 좌석이 보였나 봅니다.

여기에서 밀리면 넘어지거나 제가 가려던 대로 못 갈 듯하여, 또 괘씸해서 버티며 들어갔습니다. 결국 둘 다 앉게 되었는데요, 그 아저씨는 제가 비켜주지 않은 게 불만인지 뭐라 뭐라 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무심해하는 저의 모습을 보니...... 제가 나이가 든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같이 뭐라 뭐라 했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이런 상황을 피할 생각을 먼저 합니다.

'더 늦게 와서 아예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걸, 저런 사람들과 부딪혀 봐야 좋을 게 없는데, 내가 손해 보고 말걸'.

남산 타워

30대 초반 즈음, 팀장 등과 저녁회식을 하면서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팀장 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저는 절이 싫은 게 아니라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한 건데 그는 좌파, 반골 등의 단어까지 언급했었습니다.

당시는 젊어서 그런지 팀장이고 뭐고 논쟁을 하면서 맞섰습니다.

"절이 싫은 게 아니라, 절이 잘못되어 있으니 바로 잡자는 겁니다. 저는 남아서 절을 바로 잡겠습니다!"


하지만 절은 제가 생각한 대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같이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배척을 당하거나 스스로 귀거래사를 읊으며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습니다. 큰 아들이 올해부터 조직생활에  몸 담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조직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뭐라 답해야 할까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눈 감고 동화되어 악착같이 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서 후에 힘을 얻거든 그때 바꿔 봐라?"

"세속적인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하고 보자.  자연으로 돌아가라?"

"용기를 갖고 맞서 싸워라, 여기에서 물러나면 조직은 부조리한 사람들에 의해 장악될 거다."

피하기만 하기도 그렇고, 따지며 대들기만  하기도 그렇고. 인생은 결국 "균형 잡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시시비비를 잘 따지는 사람들은 타고난 기질을 조금 누그러뜨리면서 힘을 얻도록 처신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 원하는 바를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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