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 봅니다. 어디까지 가 볼까 지도를 훑어보니, 팔당대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편도로 1시간 정도 가면 됩니다. 자, 달려 봅시다!
비가 그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내릴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좀 조급한데요, 그래도 달립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처럼, 자전거 타는 놀이도 그렇게 하고 있네요.
곧 개통 예정인,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가 될 고덕구리 대교(정식 명칭은 미정)의 아름다움도 스쳐 지나갑니다. 오늘의 목표는 팔당대교에 도착하는 것이니 주변 풍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날씨가 좋았을 때 찍었던 고덕구리 대교의 모습입니다.
저 멀리 팔당대교가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갈등이 좀 되네요.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Go입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비도 오는데, 오늘 꼭 가야 하나? 다음에 가면 안 될까? 산에 가면 꼭 정상에 올라야 하고 뭔가를 정복해야 하고 남을 이겨야만 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인생을 살아 보니, 각 단계와 상황에 맞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도 있고,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야 할 상황도 있고 말이죠. 남들은 다 뛰는데 나만 여유를 부리다가는 뒤처질 것이고,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적 충실을 기해야 할 시점에 무리수를 두어서는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팔당대교를 앞두고 마음을 접기로 했습니다. 다 와서 멈춰야 하는 게 아깝습니다만, 오늘만 날인가요? 더욱이 오늘은 날도 안 좋으니 무리하지 말고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돌아가는 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인생이라 생각하며 자전거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유턴하면서 순간 중심을 잃었고, 풀숲 쪽으로 가볍게 쓰러졌습니다. 순간 따끔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쳐다보니, 산딸기들이 모여 있네요. 반가운 녀석들이라 맛 좀 보았습니다. 팔당대교에서의 회심(回心)이 달콤함을 안겨 주네요. 이게 인생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그래서 지루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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