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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생각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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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신록의  유혹에 빠져 뒷산 둘레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참 좋습니다. 신록들 사이사이 하얗게 쏟아지는 햇빛, 상쾌한 공기, 온 몸을 휘감는 꽃향, 고요한 가운데 울리는 새들의 경쾌한 지저귐, 참 좋은 계절입니다.

신록과 햇살

그런데 철 지난 이 녀석 때문에 감상의 흐름을 끊고, 가던 길을 급히 멈추었습니다. 신록이 지배하는 세상에, 낙엽 하나가 거미줄에 매여 대롱대롱하고 있는 겁니다.

흔치 않은 장면이라 우선 신기하고 반가웠으며,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허약하기 그지없는 녀석이 하필 왕래가 잦은 길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네요. 동병상련의 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동안 지켜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낙엽

낙엽이라는 게 결국은 땅에 떨어져야 하고, 다른 낙엽들은 다 순리를 따랐는데, 이 녀석은 왜 이리 늦게까지 버티는 건지. 버티는 게 아니라 거미줄에 붙들려 어쩔 수 없이 저러는 건지.

버티는 거라면, 좀 더 굵고 튼튼한 줄을 잡을 것이지 하필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거냐? 거미줄을 잡을 거였으면, 한 개라도 더 많이 잡든지, 겨우 한 개의 줄에 매달려 있는 거냐? 뭐 하나 든든한 모습이 없이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 낙엽은 자신이 처한 이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햇빛은 늘 따사로워 보이니까요. 어느 날 태풍을 만나서야 비로소 깨닫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왠지 저 낙엽이 저와 같아 보이는데요, 제발 제 모습이 아니길 바라며, 계속 잘 버텨 주길 바라며 제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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