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면 안되겠습니다만, 반려견은 산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이 많은데요, 자식이든 반려견이든 무언가를 키우려면 무거운 책임감과 정성,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의 리듬이 깨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식이나 반려견도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반려견을 대하고 인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이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가려 하고, 길들이려 합니다.
저희 집 반려견을 처음 산책시켰을 때가 생각 납니다. 산책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반려견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산책을 나갔는데, 강아지 녀석이 너무 제멋대로였습니다. 가야 할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려 했고, 조금이라도 목줄을 당기면 그 자리에 멈추거나 귀여운 저항을 했습니다. 제가 앞서 가면 또 멈추었습니다. 자기가 앞에 서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 템포대로 움직이려 했습니다. 결국 참다 못해 이 녀석을 강제로 끌고 다녔고, 그렇게 첫 산책을 마쳤습니다.
산책 후 바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말 잘 듣게 하는 법, 길들이는 법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반려견에게 자유를!"이었습니다. 반려견을 위해 산책을 한다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니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요. 물론 반려견이 원하는 대로 하려면 피곤하고 불편합니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속도대로 끌고 다니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편합니다. 하지만 이는 반려견을 위한 길은 아닙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의 반려견은 늘 앞장 서 걷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멈추고 가고, 오늘은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 옆 단지까지 갔습니다. 이러다 조만간 근처 산에도 갈 것 같습니다. 그는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힘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게 반려견에게 꼭 좋은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통제가 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이와 비슷해 보이네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라면서 자유를 부여하고 인내할 것인지, 닥공(닥치고 공부)을 시켜며 만들어 가야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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