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전철에 비유해 보면, "혼잡한 전철을 타고 종착역에 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앉아가는 편안함을 누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서서 가야 하고, 때론 지옥을 맛보기도 해야 합니다. 부드럽게 잘 나갈 때도 있지만, 덜컹거릴 때도 있고, 선로에서 정차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든 저렇든 계속해서 갈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종착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하고 기쁠 때도 많지만, '인생은 고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욕심이 많은 자는 욕심 때문에 괴롭고, 가진 것이 부족한 사람은 가진 것이 없어 괴롭습니다.
그런데 이렇든 저렇든 계속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합니다.
등 뒤를 조심하라!
전철 승객의 대부분은 휴대폰에 몰두해 있습니다. 서서 가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죠. 그러다 보면, 내가 어느 자리에, 어떤 모양으로 서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한 번쯤 등 뒤를 돌아보면, 깜짝 놀라거나 오싹해질 때가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바로 내 등 뒤에 붙어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그 느낌, 더욱이 그의 이상한 차림과 눈빛을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 한 번쯤은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내 등을 상대방에게 무방비로 노출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가 다 지켜본다면? 그래서 내 치부(恥部)가 다 폭로되고, 배후(背後)를 기습당해서 등 뒤에서 칼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총 맞기 딱 좋은 자리, 총을 피하는 법
등을 보이면 칼 맞기 쉬워서 그런지 권력자들은 늘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하려 했습니다. 용상이든 뭐든 권력자의 등 뒤에는 빈 공간이 없어야 했습니다.
오늘날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자가 앉는 상석은 어디인가요? 좋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일까요, 아니면 벽을 등지고 앉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일까요?
기본은 벽면을 등지고 있는 자리입니다. 중국인들은 회식할 때, 계급에 따른 자리 배치에 매우 민감한데, 중국에서도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벽을 등지고 출입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입니다. 대강 이야기해 보면, 큰 액자가 걸러 있는 벽면 아래가 그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 자리는 총 맞기 딱 좋은 자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자리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로, 총 맞기 딱 좋은 정 가운데 위치입니다. 자객이 칼을 들고 설치던 시절에야 그 자리가 안전한 자리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로, 비민주사회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한한 권력자들이 맘대로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비단 정치권력만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모임, 조직 등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권력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등 뒤를 감추기 위한 부질없는 노력 대신, 등 뒤가 깨끗하도록 노력해야 총을 맞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 앞에 앉기 (0) | 2024.03.02 |
---|---|
사촌이 땅을 사면 기뻐해야 하는 이유 (1) | 2024.02.29 |
바뀌지 않는 것들의 공통점 (0) | 2024.02.23 |
웬만한 정보는 패쓰(Pass)! (0) | 2024.02.19 |
신은 보고 계셨습니다^^ (0) | 2024.02.16 |